▲ 유해무 교수(고려신학대학원)
▲ 유해무 교수(고려신학대학원)

2017년 4월 3일부터 8일까지 자매교회인 화란개혁교회(해방파)의 총회에 참석하였다. 3년마다 열리는 자매교회의 총회는 지난 1월 20일에 개회하여 매주 목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매주간 이틀 반을 회집하고, 7월 30일에 폐회할 예정이다. 4월 3일부터는 외국자매교회들이 파송한 사절들과 함께 교제하고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안건에 속하는 여성 안수 전면 개방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하였다. 18개 자매교회에서 파송한 38명의 사절들은 총대들과 함께 화란 중앙에 위치한 숲 속의 아늑한 숙소에서 편안한 분위기 중에 숙식하며 수시로 접촉하고 저녁 늦도록 토론하였다.


섭외위원직에서 2년 전에 사퇴한 필자는 이번 총회에 참석하는 것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자매교회 총회는 정책 토론을 기조로 삼기 때문에 사절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150쪽이 넘는 보고서를 읽고 학기 중에 출국하고 토론에 참가하는 것은 항상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개인적인 이유로 아주 바빴기 때문에 여성 안수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필 개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자매교회가 필자에게 한국교회 여성의 활동과 여성 안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섭외위원직 사퇴를 들어 양해를 구하였으나 요청은 거듭되었고, 총회 섭외위원회 서기인 박정곤 목사의 강력한 설득으로 서둘러서 참석하였다.


4월 3-4일은 비공식적인 일정이었다. 첫 날은 사절 대부분이 도착하여 4일(화)에는 버스로 암스테르담 여행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회의가 시작되는 수요일부터 참석하였다. 필자는 월요일에 아펄도른으로 가서 친구 교수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고신교회의 두 번째 화란자매교회인 기독개혁교회 소속 교수들이다. 두 교회는 캄펜과 아펄도른에 있는 두 신학교 통합 안을 올해 각각의 총회에서 결정지을 정도로 교류가 빈번하다. 이 친구 교수들의 교회는 이미 1990년대 초기에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들로부터 그간 화란교회 내의 분위기를 충분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날은 캄펜신학교 신약학 은퇴교수이신 판브루헌(J. van Bruggen) 교수님을 뵈었다. 올해 80살이신 교수님은 여전히 정정하시고 여성 안수에 대한 자신의 반대 입장을 확고하게 말씀하셨다. 화란교회에서는 교수가 은퇴하여도 평생 총회 자문위원인데, 누구도 자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묻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항간에 자신이 마치 여성 안수를 찬성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을 불편해 하셨다. 또한 자신의 후임 신약교수가 이 주제에 대해서 자기와 다르게 주석하는 바를 크게 염려하셨다. 오후에는 캄펜신학교 교의학 은퇴 교수를 만나 일박 하면서 자매교회 내의 분위기를 듣고 함께 염려하였다.


4월 5일(수)에 외국 사절들은 캄펜으로 와서 교수들의 강의 세 개를 들었다. 오전에는 성경본문 공부와 주석에 기초하여 신학 각 분야를 단계적으로 공부하여 성경에 기초한 통합적인 목회를 지향하게 하는 강의가 첫 번이었다. 둘째 강의는 이런 교육위에 설교를 준비하게 하고 특히 지역교회에 몇 주간씩 상주하면서 받는 목회 훈련 중에 세밀한 설교 훈련을 받게 하는 실제적인 방안이었다. 오후에는 종교다원적인 세계에서 개혁신앙을 증거하고 전파하는 사명과 방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숙소로 떠났다. 세 강의 다 급변하는 현대에서 개혁신학을 보존하고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담고 있었고, 교회를 위한 신학교임을 확인시켜주었다.


4월 6일(목) 오전과 오후 회의는 비공개로 여성 안수에 대한 4개의 주제 발표가 있었다. 개혁교회의 모든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회의이다. 그렇지만 사안에 따라 회의 자체가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자매교회는 2014년 총회에서 여성 안수를 찬성하는 보고서를 놓고서 격렬하게 토론하였다. 그때 총대 사이에도 그랬지만, 외국 자매교회 사절들의 비판과 공격도 격하였던 것이 비공개회의의 계기가 되었다. 총회는 다시 이 사안을 다룰 위원회를 선임하였고, 위원회는 여성 직분과 연관된 주요 성경 본문들을 면밀하게 살피고 자매교회들의 관례를 수집하여 긴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자매교회들은 예외 없이 여성 직분 개방을 반대하는 입장을 전하였다.


첫 연사는 신약에 기초하여 여성 안수를 반대하였고 두 번째는 필자가 하였다. 세 번째 연사도 아프리카 교회의 입장에서 반대 견해를 발표하였고, 마지막으로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보고서를 제출한 캄펜신학교의 교회사 교수가 보고서를 요약하고 대변하는 입장을 밝혔다.


필자는 한국교회에 여성 신자가 많지만 여성 목사, 장로가 없다는 것을 말하였다. 그렇지만 여성 신자들이 활발하게 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자매교회도 여성이 교회 안에서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하였다. 자매교회의 보고서가 남편에게 아내가 순종하라는 성경의 명령을 주변 문화의 영향이라고 보고, 그때와는 달리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 진출하여 남성을 지휘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여성도 목사와 장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본인은 아내에게 순종하라는 명령은 주변 문화의 영향과는 무관하게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 받은 아내에게 주는 명령임을 지적하면서 남편이 아내를 사랑해야 하는 명령이 아내의 순종 명령보다 앞서며 더 중한 명령임을 강조하였다. 곧 사랑과 순종은 이방인과는 달리 그리스도 안에서 신자인 남자와 여자가 짊어진 고난이며, 치리를 담당하는 당회가 이 사랑을 고난의 방식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화란교회가 여성에게 직분을 전면적으로 개방하면 자매관계를 단절하려는 교회들을 향하여 함께 짐을 지면서 자매교회와 형제자매들을 버리지 말 것을 눈물로 당부하면서 발표를 마쳤다. 발표를 마치자 많은 총대들과 사절들이 찾아와 감동적이었다고 격려하였다.


목요일 저녁에는 총회 장소를 제공하는 교회(Meppel)의 초청으로 한 시간 정도 북쪽으로 이동하여 저녁 식사 대접을 받았다. 역시 식탁에서 교제하는 맛이 정겨웠다. 식사 후에는 사절과 주변에서 온 교인들과 함께 성찬식을 가졌다. 강단 밑 한 쪽에 목사가 빵을, 다른 쪽에는 장로들이 잔을 준비하고 섰다. 예배자들은 집사의 안내를 받아 차례로 일어나 대오를 갖춰 원형 방식으로 돌면서 시편과 찬송을 부르고 단정하게 빵과 포도주를 받았다. 피부가 다른 형제자매들이 한 믿음 안에서 한 몸임을 체험하는 아주 감격적인 성찬식이었다.


4월 7일(금)에는 지난 이틀간 사용한 영어가 아니라 화란어로 총회를 진행하였다. 총대들이 외국자매교회 관계를 보고서에 따라 토론하고 제반 사항을 결정하였다. 가령 이렇게 좋은 숙소를 빌리면 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화상 회의를 도입하자는 안이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얼굴을 맞대어야 진정한 교제와 교류가 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이 지배하면서 표결 없이 부결되었다. 오후에는 필리핀 교회와 우간다 대표가 자기 교회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국에서 온 장로교 목사가 영국에서 기독신자로 살아가는 것은 이방세계에서 신앙생활 하는 것처럼 고난과 핍박의 연속이라는 발표로 좌중에게 믿음에서 견고해야 한다고 권고할 때 분위기는 정말로 숙연하였다.


회의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서 16시부터 화란어를 구사하는 사절들만이 모여 여성 안수 문제를 비공식적인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토론하였다. 서로 오해하던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고 염려를 진솔하게 전하는 시간이었다. 저녁 회의는 없었지만 회의와 토론의 강도로 인하여 휴식이 필요하였고, 필자는 숙소를 싸고 있는 숲을 한 시간 산보하였다.


4월 8일(토)에는 오전 회의만 있었다. 필리핀개혁교회와 자매교회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이 교회의 역사와 전도 사역을 다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필리핀 사절은 자축을 제안하면서 직접 피아노를 치며 모국어로 찬송을 불렀는데, 좌중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임시로 조직된 총대 중창단의 연주로 한 주간을 마쳤다.


몇 가지 소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안수 문제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다. 한국에는 이미 여성 목사 제도를 채택한 교단이 적지 않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며, 고대로부터 남성이 여성을 무시하거나 희롱하는 일이 당연시되는 문화 속에서 여성의 입지를 인정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며, 자매들의 교회 내의 의견 제시와 활동을 널리 광범위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성 안수는 성경 말씀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즉 여성에게 목사와 장로직분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성경의 말씀을 따르는 순종이다.


둘째, 역사적으로 보면 여성 안수 문제는 항상 다른 교리적, 윤리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최근에는 동성애가 가장 직결된 문제이다. 로마서 1장은 동성애를 분명하게 정죄하고 있음에도 주변 문화를 존중하는 성경 이해로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은 다음 단계이다. 그러면 교회의 정체성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다. 이것은 이번 토론에서 자주 등장하였다.


셋째, 자매교회의 역할과 의미이다. 자매교회들이 아주 분명한 입장을 개진하지 않았다면 화란자매교회가 여성 목사와 장로를 이미 쉽게 수용하였을 것이다. 우리도 자매교회들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도움을 받고, 그들과 협력하며 때로는 경고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언제부터인가 자매교회 총회 참석을 위한 재정이 거의 전액 삭감되어, 이런 활동이 아예 불가능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아쉽다. 이전에 우리가 재정적인 도움이 절실할 때에 이들은 우리를 도와 송도 신학교 건축이나 개척교회와 고아원 등의 운영에 힘이 되었다. 그런데 자매관계는 재정적인 도움이 우선이 아니라, 믿음과 교리의 일체성을 확인하고 악한 세상에서 함께 신앙으로 나가면서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함이다. 이 일에 힘을 쓰면 좋겠다. 사절이 와서 5분 정도 인사하고 우리는 답사도 없는 그런 형식적인 단계를 벗어나 실질적인 교류를 하여야 한다. 올해 우리 총회에는 캐나다에서 두 분과 화란에서 한 분의 사절이 참석한다.


넷째, 이번 자매교회주간의 운영은 국제적이었다. 3년간 예산이 약 3억3천만 원 정도이다. 섭외위원회는 본부와 4지역소위원회로 구성된다. 본부에는 2명의 전임 직원이 있고 전체 업무를 통괄하고, 계간 소식지를 발행한다. 지역소위원회는 3년마다 자매교회를 반드시 방문하여 자매관계를 계속할지 여부를 보고서로 총회에 제안한다. 이번의 주간 행사도 빈틈없는 준비로 성공적이었다.


다섯째, 총회장이 섭외위원회 전체 서기이기 때문에 수요일부터 폐회까지 사회는 목사가 아니라 장로인 부총회장이 하였다. 목사 위주의 치리회 운영에 대해서 생각하여 볼 때이다. 게다가 총대는 수백 쪽에 달하는 보고서들을 미리 읽고 노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총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목사의 경우는 대개 젊은 목사들이 많이 파송된다. 최연소 목사 총대는 31살이었다. 반면에 장로 총대는 대부분이 대개 은퇴 또는 직전에 있는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었다. 그 중에는 유명한 더치쉘석유회사 미국지사장도 있었다. 한국교회의 장래를 염려해야 할 때에, 젊은 목사들이 우리 노회와 총회에서 장래를 대비하는 정책적인 발언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총대들과 사절들에게 신학 강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목회와 신학의 협력과 자매교회간의 관계를 실질적인 개방과 교류로 나아가게 한다. 우리 총회도 현안을 신학적으로 토론하고 해결과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하면 좋을 것이다. 가령 어떤 안건을 신학교수회에 요청하여 보고서를 내게 하였다면 교수들이 그것을 총대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토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면, 우리 총회는 한국교회 안에서 큰 모범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자매교회 총회는 수년간 토론한 여성 안수 문제를 앞으로 2회 더 토론하고 6월 15일에 표결로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캄펜과 아펄도른의 두 신학교를 통합하는 안건도 그 전후에 결정한다. 총회의 결정에 성령께서 역사하시어 우리가 함께 악한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일에 협력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이 되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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