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음 들여다보기(68) -신수정 박사/청소년전문상담가, 울림심리상담센터장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근데.. 먹고 나면 너무 후회가 되는 거예요.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살이 찔 것 같으니까.. 먹고나면 토하고 또 토하고 매번 그랬던 거죠. 특히 스트레스 받는 날이면 이런 행동이 더 심해져요.”


대학생인 지영(가명)이는 자기가 왜 이토록 마음이 괴로운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며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최근 들어 엄마와 대화를 나누기만 하면 너무 짜증이 나고, 못마땅해하는 엄마의 표정만 봐도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다며 괴로워했습니다.


그동안 엄마로부터 부드럽거나 따뜻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지영이는 엄마와의 좋은 추억조차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자기를 찾고 싶다며 과거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동안 온갖 비난과 화를 한몸에 받으며 자라왔던 상처 입은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든 잘못이 마치 자기 탓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대학생이 된 후에는 이 모든 것이 엄마 때문이며,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스스로 깨우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집에만 들어서면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고, 화내는 엄마얼굴이 무서워 피하려했으며, 편치 않은 집안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차단한 채 힘겨운 성장기를 보내야 했던 지영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지영이는 나름대로 자기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참 대견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영이를 괴롭히는 또 한 가지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음식에 대한 지나친 몰입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스트레스가 쌓이면 밤에 닥치는 대로 음식을 먹어치웠고, 언제 부턴가 먹었던 음식을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모두 토해내 버린다고 했습니다. 이런 폭식행동은 지금까지도 지속되어 지영이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음식에 대한 지나친 몰입과 그에 따른 수치심, 그리고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분노감을 고쳐보기 위해 지영이는 지금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영이와 같은 신경성 폭식증의 증상은 다섯 가지 행동이 모두 나타나야 진단되는 장애입니다.


첫째는 반복적인 폭식행동으로 일정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되는데, 이들은 자신이 먹는 행위 자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둘째는 음식을 먹은 후 수치심을 느끼며 스스로 구토를 유도하거나 설사제, 이뇨제, 관장약 등의 약물을 이용해 먹었던 음식을 제거하기 위한 부적절한 보상행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셋째는 이런 폭식증상과 보상행동이 1주일에 1회 이상 그리고 3개월 동안 지속되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자신의 평가에 체형과 체중을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며, 이들의 행동이 거식증으로 인한 증상과 구별되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이 같은 증상들이 모두 충족될 때 신경성 폭식증으로 진단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폭식증이 부모에 대한 공격성의 표출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부모에 대한 내적 분노가 음식으로 대치되어 폭식을 통해 무참하게 음식을 먹어대는 현상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강력한 분노는 사실상 부모에 대한 강력한 애착을 열망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것으로, 엄마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의 결핍이 무참하게 먹어버리는 폭식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마음이 공허하고 괴로울 때 이들은 정서적 결핍을 메우기 위해 음식을 찾아 채우려는 것으로, 바로 엄마에 대한 결핍을 음식으로 대신 위로받으려는 애착의 추구라 할 수 있습니다.


<신수정 박사/청소년전문상담가, 울림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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