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 구본철 화백
▲ 삽화: 구본철 화백

본래 이신론(理神論 deism)이라는 표현은 유신론(有神論 theism)이라는 단어와 이음동의(異音同意)어란다. ‘deism’이라 단어는 라틴어 ‘deus’(신 神)에서 유래하고, ‘theism’은 그리스어 ‘theos’(신 神)에서 나왔어. 그러니까, 두 단어 모두 ‘유신론’인 셈이지. 두 입장 모두 무신론(atheism)을 거부했어. 실제로 17세기 이전에는 두 단어가 구분 없이 사용되었단다.


하지만, 종교개혁 이후 한 세기가 지나면서 서양 개신교 내에 인본주의의 영향을 받은 신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 과거 부모세대는 주일에 교회에 잘 출석했지만, 이들은 교회에 잘 나가지도 않았지. 그렇다고 신앙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어. 말하자면, 어렴풋이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했단다. 세상의 창조를 믿었지. 하지만, 이 세상을 통치하고 다스리는 살아계시고 참되신 하나님으로 믿지 않았어. 한 마디로 믿음생활을 하지 않은 거란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기는 하기에 ‘유신론’이지만, 진짜 유신론(theism)과 구분하기 위해 별도의 ‘이신론’(deism)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어. 이렇게 뜻은 같지만 다른 신앙인 ‘theism’과 ‘deism’, 이렇게 두 단어가 생겨났단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이신론은 기독교 사회와 문화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동양의 자연신론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그 배경과 출발이 다르지.


이신론의 특성상 사람마다 그 특성이 다양할 수밖에 없단다. 어떤 이신론자는 창조를 믿지만, 기적은 믿지 않아. 다른 이신론자는 기적을 믿지만, 교회의 교리는 받아들이지 않기도 해. 하지만, 공통분모가 있단다. 그것은 성경을 믿지 않고, 교회의 교리를 거부하며, 기적과 예언, 그리고 신비를 거부하는 것이지. 그리고 진리의 표준은 인간의 인성이란다.


이신론은 근대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에서 유행했지. 그 중에 미국에서 이신론은 큰 역할을 했어. 1776년에 작성된 미국 독립선언문에도 이신론의 영향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 미국 독립선언문은 이렇게 시작한단다. “인류 역사에서 한 민족이 다른 민족과의 정치적 결합을 해체하고 세계의 여러 나라 사이에서 자연법(Laws of Nature)과 자연신의 법(Laws of Nature’s God)이 부여한 독립, 평등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필요......” 왜 ‘자연법’과 ‘자연신의 법’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을까?


독립선언문을 만든 사람들 가운데 프랭클린(B. Franklin, 1706~1790)과 제퍼슨(T. Jefferson, 1743~1826)이 있는데 이들은 미국의 위대한 건국 영웅이란다. 프랭클린은 피뢰침과 다초점렌즈를 만들기도 한 과학자였고 체신부 장관도 했던 유명한 분이지. 프랭클린은 ‘정직은 최상의 방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멋진 말도 했어. 하나님이 명령하셨기 때문에 정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것이 인간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가르친 거란다. 성경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겠니? 그리스도인은 정직해야 하는 이유를 ‘거짓 증언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에서 찾는데 말이야.


프랭클린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잘 관리했는지 몰라. 그가 시간을 잘 계획하고 실행한 것은 지금까지도 유명하단다. 연말에 다이어리나 수첩을 구입할 때 ‘프랭클린 플래너’(Franklin planner)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것을 프랭클린이 처음 만들었다고 해! 하나님이 삶에 개입하지 않으니 인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토마스 제퍼슨은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 혹은 “모든 사람은 신 앞에 평등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해. 하지만, 이 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하나님이 아니란다. 그는 이신론자였지.


미국의 독립선언과 독립전쟁은 1787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에도 영향을 주었단다. 프랑스 혁명도 바로 이 이신론의 영향을 받았단다. 자유ㆍ평등ㆍ박애는 아주 좋은 말이지. 미국 독립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1876) 자유의 여신상은 이신론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단다. 여신상의 왼손에는 독립선언문이 들려있지. 인간의 이성에서 출발한 자유를 가능케 하는 사상과 신념을 동상에 표현했단다. 안타깝게도 이신론은 하나님 없이도 인간이 세상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믿어. 심지어 자유를 위해서라면 폭력을 사용해도 된다고 가르쳤단다.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이 또 하나의 이신론에 근거한 근대 역사의 분수령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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