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쉼 ‘꽃다운친구들’ 연구 프로젝트 1차 보고발표회

▲ 청소년 쉼 ‘꽃다운친구들’ 연구 프로젝트 1차 보고발표회 참석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 청소년 쉼 ‘꽃다운친구들’ 연구 프로젝트 1차 보고발표회 참석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10월 27일(토) 오후 2시 서울시 NPO 지원센터 ‘품다’에서 4기(2019년) 관심 가족 설명회

아이들이 방학을 1년 가진다면 가정과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모가 불안을 이기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의연하게 아이를 기다릴 수 있게 됐어요. 아이와 대화가 늘었고 깊어졌어요. 부모가 자녀를 새롭게 더 알게 됐어요.” “나를 알게 됐어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대인관계 능력이 향상됐어요.”


이것은 ‘꽃다운친구들’(대표 이수진) 1년으로 가족과 아이들에게 나타난 변화다. ‘꽃다운 친구들’(꽃친)은 2012년 이수진 대표의 딸이 고교 진학을 미루고,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자기만의 걸음으로 걷고 싶은 청소년들의 1년짜리 방학인 꽃친은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을 미루고 1년짜리 방학을 선택한 청소년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모임을 갖는 가족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2016년 1기가 출범했다. 2016년 11명, 2017년 10명, 2018년 9명이 참여했으며, 2019년 4기를 앞두고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 교수)가 주관한 청소년 쉼 ‘꽃다운친구들’ 연구 프로젝트 1차 보고발표회가 9월 29일(토)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공공 그라운드에서 열렸다. 이 날 3년간의 ‘꽃친’ 종단 연구를 맡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연구진들이 1년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의뢰한 꽃다운친구들의 4기(2019년) 관심 가족 설명회가 10월 27일(토) 오후 2시 서울시 NPO 지원센터 ‘품다’에서 열린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과)는 “진짜 교육은 무언가를 머리에 집어넣는 ‘은행식 교육(banking education)’이 아니라, 오히려 파커 팔머가 말한 것처럼 ‘침묵과 여백의 공간’에서 일어나며, 꽃친의 교육은 그런 의미에서 무엇이 진짜 교육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곳”이라며 연구 의의를 소개했다.


▲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강영택 교수, 이하나 연구원, 이종철 연구원(오른쪽부터)이 각각 한 주제씩을 맡아서 발표하고 있다.
▲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강영택 교수, 이하나 연구원, 이종철 연구원(오른쪽부터)이 각각 한 주제씩을 맡아서 발표하고 있다.


이 발표회에서는 강영택 교수(우석대 교육학과)가 ‘쉼의 교육적 의미에 대한 고찰’,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이하나 이종철 연구원이 ‘국내외 인생학교 운동과 꽃다운 친구들’ ‘꽃다운친구들 청소년, 부모, 교사들의 교육의식’에 대해 각각 발제했으며, 이어 강영택 교수의 사회로 발제자들과 정승관 교장(꿈틀리인생학교), 정병오 교사(오디세이학교), 이수진 대표(꽃친)가 함께한 가운데 토크쇼가 진행되고 청중들의 질의응답이 열렸다.

방학 1년 꽃친, “가족 중심 공동체 지향해요”


강영택 교수는 발제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 결과 전 세계에서 가장 학습시간이 길고, 수면시간과 여가시간이 짧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쉼을 말할 때, 양적인 쉼의 시간 확보를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양적인 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적인 쉼”이라며, 고대 그리스의 쉼 개념과 독일의 철학자 조셉 피이퍼의 논의를 인용했다. 수면 시간은 고등학생의 경우 평균 5시간 27분, 아동과 청소년들이 갖는 여가 시간은 평일 평균 2시간 미만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쉼의 핵심을 ‘일이 없음’이 아니라 ‘관조’(contemplation)로 이해했다. ‘관조’란 ‘아무런 노력이나 긴장 없이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이 저절로 우리 마음 안에 들어오게 되는 것’으로, ‘마음을 비울 때 비로소 밀려드는 존재들’에 대한 인식이다.


강 교수는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중세시대 지식습득의 2가지 방법인 ‘라티오(ratio)’(추론적, 논리적 사고를 통한 인식방법)와 ‘인텔렉투스(intellectus)’(관조 혹은 직관이라는 인식방법)를 비교하면서 “우리는 전자와 같이 수고와 노력을 통해 능동적으로 지식을 얻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진정한 깨달음이란 관조 가운데 신의 은총을 통해 불현 듯 찾아온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식 추구에서 수용성과 비움이 중요하다.”고 제기했다.


조셉 피이퍼도 고대 그리스의 이런 이해 방식과 유사하게 해석하면서, “쉼은 두 손을 꽉 잡는 대신 자신을 느슨하고 편하게 두는 마음의 태도와 유사하다. 쉼의 중심에 ‘축하’(혹은 축제)가 있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긍정과 확신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쉼은 다른 무엇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험돼야 할 삶의 중요한 본질이다.”며 “쉼을 충분히 향유할 때, 인간은 비로소 기능적 존재를 넘어 총체적 존재로서 인간다움을 갖출 수 있으며, 이는 곧 교육이 지향하는 이상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공부라는 주연에 밀려 쪼그라져있던 엑스트라 쉼을, 무대 중앙으로 불러들여 교육의 중심에 서게 해야 한다.”면서, “꽃다운친구들 내부적으로 쉼이 주는 풍성한 경험을 향유하는 일이 일상이 돼야하고,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일 중심 세계의 논리(또는 신화)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쉼을 다음 단계 공부의 중간단계로만 보지 않고, 쉼 그 자체를 충분히 누리는 것을 불안해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이하나 연구원은 주제 발표에서 꽃다운친구들의 시도가 해외 사례인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 그리고 영국의 갭이어, 그리고 국내 사례인 오디세이학교와 꿈틀리인생학교, 열일곱 인생학교 등과는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분석, 정리했다.


이하나 연구원에 따르면, 꽃친은 ‘숨통’을 틔워주는 ‘방학’ 개념이라는 점에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가장 유사하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도 아일랜드의 과도한 교육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꽃친이 △쉼을 통한 자기주도성 확립 △프로젝트와 경험 중심의 학습 △안내자, 촉진자, 조력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청소년인생학교들과 유사하나 다른 청소년인생학교보다 쉼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꽃친은 전일제 학교가 아닌 주 2회 모임과 3일의 가족과의 시간으로 짜여 학교 위탁 모델이 아닌 가정과 학교 혼합 모델로 ‘가족 중심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독특성이 있다.

“학교생활, 공부에서 벗어나 쉼 누렸어요”


이종철 연구원은 꽃친 청소년, 부모, 교사 면담과 설문조사를 통해 구성원들의 교육의식을 분석했다.


설문 결과 꽃친 부모들의 경우 ‘하게 된 주된 이유’는 자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원해서’가 1위였지만, ‘꽃친이 실제로 강조하는 것’과 ‘실제로 도움이 된 것’은 ‘학교생활, 공부에서 벗어나 스트레스 없이 쉼을 누리는 것’이라는 응답이 1위로 나타났다. 반대로 청소년들의 경우 ‘하게 된 이유’와 ‘꽃친이 실제로 강조하는 것’은 ‘학교생활, 공부에서 벗어나 스트레스 없이 쉼을 누리는 것’이었던 반면에 ‘실제로 도움이 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입장은 살짝 다르지만, 꽃친은 ‘쉼을 통한 회복’을 중요한 모토로 삼고 있기 때문에, 쉼을 누리고 자기를 발견하는 게 주된 존재 이유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면담 결과 부모들의 가장 큰 부담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교육 형태’로 ‘부모가 과도한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다. 다음 장애물로는 자녀가 ‘시간 관리’(잠자고 일어나는 시간, 휴대전화 관리 등)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반면 기대감은 이것이 자녀에게 쉼이 되고, 회복이 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꽃친의 모임 횟수에 대해서는 부모와 청소년 모두 현재의 ‘주 2회가 적절하다’고 말한 응답자가 제일 많았고(55.0%, 60.7%), 다음으로는 ‘주 3회가 적절하다’는 응답이다. 교사들은 ‘주 2회의 모임’과 ‘쉼을 통한 회복이라는 모토’를 계속 되새기면서 “1년 동안 아이들을 책임지고, 더 많은 성취를 내려는 마음이 꽃친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고백했다.


입시경쟁교육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뭔가 하지 않고 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고려할 때, 주 3일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교육과 철학 공유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꽃친 모임의 큰 물줄기인 자기 탐구, 봉사활동, 여행 유희, 관계 형성에 대한 평가 점수에서는 ‘여행 유희’가 부모(4.33/5.00), 청소년(4.38/5.00) 모두 제일 높은 점수가 나와, 꽃친에서 여행이 주는 교육적 효과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을 쓰는 주관식 질문에서도 ‘여행’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꽃친은 다른 모임들에 비해 ‘부모 공동체’가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부모 모임에 대한 필요성은 10점 만점에 8.54로 높게 나왔으며, 부모와 교사의 소통에 대한 만족도는 7.90이다. 부모들은 부모 모임에서 불안을 이길 힘을 얻고, 본인의 자녀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던 것으로 인식된다.


이종철 연구원은 “꽃다운친구들은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벗어나는 교육이며, 피동적이었던 청소년들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교육을 하는 곳이며, 진로보다는 쉼을 더욱 강조하고, 부모가 기관에 맡기는 교육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교육하는 공간”이라고 분석하면서 “향후 연구에서는 ‘쉼과 주체성의 상관관계’와 ‘부모 모임에 대한 연구’ 그리고 ‘참여자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해석이 달라지는지’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 발제자 3명과 토론자 3명이 함께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 발제자 3명과 토론자 3명이 함께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이어 토론회에서 정병오 교사(오디세이학교)는 “교육은 뭘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50% 먹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몇 년 학생들을 길러본 다음에는 이 교육이 필요하고 의미 있다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민관 협력의 오디세이학교의 성공을 통해 공교육 전반에 쉼을 확장하는 개혁을 이루고 싶다.”고 비전을 밝혔다.


정승관 교장(꿈틀리인생학교)는 “꽃친은 옛 마을 같다. ‘확대된 가족’ 형태의 부모 그룹이 부럽다.”며 “한국의 현대교육은 가정의 교육력을 상실하고 포기한 상태이며, 이것이 심각한 교육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수진 대표(꽃다운친구들)는 “이번 연구 발표회에서 꽃다운친구들의 ‘쉼 감수성’이 지지 받는 느낌이었다.”며, “행복해하는 학생들을 보며 같이 행복한 마음이 들다가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슬퍼지고 어깨가 무거워진다. 쉼의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책무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기만의 속도로 자신의 길을 걷는 용기 있는 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이 만드는 작은 마을을 지향하는 ‘꽃친’. 학업의 연장이 아닌 온전한 방학을 누리며, 다른 학교가 아닌 새로운 문화로 꽃피우길 원하는 ‘꽃친’ 등 언스쿨링(unschooling)은 기존의 교육에 강한 도전을 주면서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갈 방향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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