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에서 우리 동족 일꾼 세워주세요

‘가방을 잃어 버렸어요’ 학교에서 언어공부를 하는 내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와 당시 한 살과 세 살 배기 아이를 데리고 동네 슈퍼에 갔다가 얼굴이 검은 원주민(호주에 본래부터 있었던 선주민이며 에보리진이라 부른다) 아이들에게 가방을 분실 당한 것입니다. 당시 아내는 막내를 등에 업고, 세 살 아이는 한 손에 잡고 물건을 집으려고 서너 발 걷는 순간 원주민 아이들이 아내의 가방을 들고 튄 것이었습니다. 호주에 언어 연수를 위해 도착한 우리 가정을 기다리고 있었던 일들은 이곳의 원주민 에보리진과의 운명적 만남이었습니다. 언어 연수를 위하여 우리 가정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가족 기숙사에 처음 둥지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원주민들이 많이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분실한 가방 속에는 집 호실이 적혀있는 열쇠뭉치가 통째로 들어있어서 아예 자물통을 통째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에 이번에는 이불이 없어진 일이 생겼는데, 가족 공동기숙사였기에 빨래를 널어놓는 곳이 집 밖 공동장소에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이불이라고 아끼는 것을 햇볕 좋은 날 말린다고 널어놨는데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어 이불이 어디 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원주민이 들고 갔다는 거였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원주민들은 공동생활을 하던 습성이 있어서 공동 마을에서 자기가 필요하면 갖다 쓰고 다시 필요 없으면 갖다가 놓는 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져오지 않아서... 이불은 진작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더 위협적인 일이 생겼습니다. 집 앞 주차장에 세워 둔 자동차의 유리창이 밤새 줄줄이 깨지는 일들이 벌어졌지요. 쇼핑센타와 원주민 마을 사이에 중간에 우리가 살고 있었는데, 호주 백인 위주의 사회에 강한 불만을 가진 원주민 청년들이 지나가며 돌을 던지거나 주먹으로 유리창을 깨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 겁니다. ‘아니 이런 일이 호주에서 벌어지다니…’ 아무리 경찰에 신고를 해도 그냥 백인 경찰들도 원주민들이 저지르는 일들에 대해서는 귀찮다는 듯이 홀대했습니이런 일들로 인하여 호주에 있는 원주민들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했고 그 일로 저와 몇 명의 원주민들이 차를 하나 빌려서 서남부 호주 퍼스로부터 알바니, 에스페란스에 이어지는 2000km를 원주민들과 순회를 하는 동안 호주 원주민들에게 가슴 아픈 과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땅의 주인들인데 호주 백인들이 이 땅을 강제로 뺏은 것도 모자라 원주민 아이들을 강제로 부모와 이별을 하게해서 어린 시절 집단생활을 하게 했어요.” 이와 같이 부모도 만날 수 없는 아픔의 시절뿐 아니라 자기들이 터전을 삼은 땅마저도 강제이주를 하는 일들이 빈번했다는 것입니다. 그늘진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 닦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저의 마음에는 그들의 버려진 영혼이 금과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지요. 마을을 순회하고 돌아온 저는 ‘아 하나님이 왜 우리 가정을 이곳에 먼저 보내어 언어공부를 하게 하시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어공부를 마쳐 갈 때쯤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조금씩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당시 원주민들 가운데 나름대로 지도력으로 이끄는 몇몇 안되는 목회자 그룹으로부터 ‘우리 동족을 위하여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함께 해주시기 원합니다.’라는 초청장을 전달받은 것입니다.
2001년 1월에 정식으로 파송 받고 다시 호주퍼스에 도착한 저희 가정은 원주민 형제와 함께 생활하며 선교사역을 시작하였고 당시 Aboriginal Bible College(원주민성경학교)에서 저희 가정은 다양한 사역으로 협력하며 행정과 가르치는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해 5월에 원주민신학교를 지원하는 지원 단체가 주관하는 추수감사예배에 참석한 저희 가정은 아주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원주민성경학교를 간간히 후원하던 fellowship 단체가 더 이상 지원할 여력이 없어 그날이 마지막 예배를 드리는 날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이십니다. 현재와 과거, 미래까지 아시는 분이십니다(계 1:8). 호주 내의 백인들이 더 이상 그들의 여력으로 원주민 선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시고 하나님은 저희 KPM 고신교단과 부족한 저희 가정으로 하여금 그들을 품도록 인도하여 주신 것입니다. 우리 가정은 2005년까지 한 텀의 기간 동안 현지 지도자, 목회자 양성이라는 목표로 부지런히 원주민 청년들을 만나 격려하며, 그들이 신학을 잘 배워 자기 동족의 지도자로 사용되길 소망하면서 나아갔습니다. 방학을 맞이해서는 4,000km 가 넘는 동서(시드니부터 퍼스까지)의 거리뿐만 아니라 북쪽으로 다윈 경계까지 약 3,000km되는 거리를 다니며 원주민 노방전도와 집회를 위하여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1기 사역을 마치고 안식년을 맞은 저희 가정은 한 텀을 반성하며 2기 사역은 열심히 사역하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 그간 원주민들과 충분히 교제했기에 이제부터 더욱 힘을 발휘하자’ 그런데 우리 가정에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선교현지에서 선물로 주신 두 살 갓지난 막내아들이 원주민 교회 예배시간에 참석하여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걸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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