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통일선교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언론은 현상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도 언론에서 다루지 않거나 축소, 왜곡 시킨다면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 이슈는 소외되거나 부정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중요하지 않은 이슈도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거나 긍정적으로 보도하면 관심이 집중되고, 어느 순간부터 빅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활동은 통일과 관련된 민간부문에서 단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 속에서도 한국교회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대응했고, 통일과 그 이후 시대를 열기 위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왔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활약상은 잘 알려지지 않거나 축소되고 심지어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원인은 한국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를 이용한 일부 언론이 왜곡된 보도를 하면서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모습은 감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일선교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통일을 위한 확고한 목표와 비전, 그리고 건전한 통일선교 문화 속에서 북한선교가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고, “북한의 대남전략과 북한의 동향 등에 대해 사회과학적 분석과 이에 적합한 통일선교 전력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일부 조직 이기주의, 공명심, 소영웅주의 등을 부각시킨 보도로 인해 통일선교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통일선교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탄력을 얻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미디어를 접목한 통일선교 전략

미디어는 정보를 전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과거 대표적인 언론 매체로는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 등에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정보 통신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SNS, 팟케스트,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핸드폰 자체도 훌륭한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과거에 비해 언론의 영역은 확장됐고, 단순한 뉴스나 정보뿐만 아니라 음악, 영상매체 등을 접목시켜 자유롭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동방정책에 근거하여 냉전체제를 극복하려는 외교노력 외에도 서독 텔레비전도 독일통일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3년 동독정부는 서독 텔레비전을 볼 수 있도록 허가했습니다. 이미 동독인구 50%가 서독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서독 TV를 보지 못하게 할 수 없었던 것도 서독 TV를 허가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동독사람들이 브라운관에 비친 자본주의 체제의 결함을 보면서 동독 공산주의 체제의 상대적인 우월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동독정부의 계산과 달리 서독사회의 풍요로움과 자유를 보면서 동독정부에 반감을 갖게 되면서 동독 내부로부터 균열이 일어났고 독일 통일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됐습니다.

독일의 당시 상황과 비교하면 북한의 상황은 더욱 개방적입니다. 과거 소수만이 남한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라디오와 미디어플레이어를 통해 음악, 영화, 드라마, 뉴스 등을 접하는 주민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휴대폰 보급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남한의 정세, 문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휴대폰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의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는 2008년 설립된 고려링크, 2012년에 출범한 강성네트, 2015년 제3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된 별까지 세 개의 통신사가 있으며,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휴대폰 가입자 수는 360만명으로 조사됐습니다. 5년전 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북한 전체인구 2500만명의 15%, 7명 중 1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의 인구대비 휴대폰 보급률은 북한 당국의 공인 단말기 이용자 수 기준입니다. 실제 공인된 단말기 이외에 불법적으로 반입된 중국 통신사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주민을 생각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이기 때문에 그 속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곳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설사 간다고 해도 자유롭게 여행을 하거나 북한주민을 만나 자유롭게 대화할 수도 없습니다. 단지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자료나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을 통해 한정된 정보를 수집 할 뿐입니다. 통일과 통일선교라는 민족적 과제를 풀어야 할 한국교회도 정보 수집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비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폐쇄적인 북한사회도 이미 미디어를 통해 개방돼 있기 때문입니다. 서독 TV가 독일통일에 큰 영향을 준 것처럼, 미디어를 접목한 통일선교 전략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통일선교 동참의 기회 마련

언론의 1차적 기능이 알리는 것이라면, 2차적 기능은 참여와 실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알리기만 하고 실천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온전한 기능을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20141월 박근혜 정부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발표한 후 다보스포럼, 외교통일국방 업무보고, 독일 드레스덴 간담회 등에서 통일의 통일 대박론의 당위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광복 70, 분단 70년을 기념해 통일에 대한 대박론을 대대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했으며, 언론도 정부의 통일론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통일이 미래다라는 연간캠페인을 전개했으며, 이를 통해 통일 관련 기사를 매일 게재했습니다. 보수 메이저 일간지의 통일기획 기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핵심과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 만든 통일나눔펀드가 결성됐고, 170만 명의 국민이 참여해 총 3137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모금했습니다. 물론 지원받는데 선정배경과 예산, 구체적 사업 내역 등은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기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알림과 동참, 실천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을 감시, 견제하는 것 또한 언론의 역할임이 확인되는 실례였습니다.

교계에서도 언론이 통일선교에 큰 역할을 이뤄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예장합동) 통일준비위원회와 동 교단지인 기독신문은 협력해 통일부 산하 대북지원사업자로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하는 쾌거를 얻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교회 통일운동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예장합동 통일준비위원회는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받기 위해 무려 4년간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민간단체가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북한 공식 기관의 협약서가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 내 여러 교단과 기독교 단체들이 북한 공식 기관과 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번번이 그 문턱에서 주저앉았습니다. 하지만 예장합동 통일준비위원회는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렸고, 201812월 당시 총회장인 이승희 목사의 방북과 이듬해 20194월 총회임원과 통일준비위원회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측과 긴밀히 접촉했습니다. 이어 총회 실무직원들의 후속조치 결과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과 양묘장 건설 등의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은 예장합동과 기독신문이 협력해 총회 산하 교회와 성도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모범적 사례였습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활로가 열렸고, 통일선교에 있어서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기독교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전략 수립

한국교회는 1990년대 초반부터 통일선교에 앞장섰습니다. 정부의 대외전략 변호와 세계체제 전환기를 맞아 이전과 다른 환경이 조성되면서 통일선교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인 대북지원이 이뤄지기까지 민간분야 지원액의 80% 이상을 한국교회가 감당했으며, 이러한 원동력은 기독교 네트워크였습니다.

한국교회 최초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19903월 모금운동을 벌여 7월 쌀 1만가마를 보냈던 사랑의쌀나누기운동본부를 통해 시작됐습니다. 교계 언론은 초교파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랑의쌀나누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전국의 교회들이 합심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방송을 제외하면 각 교단지들의 영향력이 강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기독교신문, 크리스챤신문 등 초교파 신문이 교계 언론들이 앞장서 기독교 네트워크를 구성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기독교 네트워크는 지속적인 연합운동을 이끌 수 있었고,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각 교단의 지원을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한 여러 NGO단체가 생겨나 특화된 대북지원을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 네트워크는 북한의 실태를 외부에 알리는 언론의 역할을 한 동시에 북한 내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차원의 대북지원이 크게 축소돼 기독교 네트워크도 그 영향을 받아 많이 위축된 상황입니다. 특히 핵 개발을 비롯한 북한의 이상행동으로 인해 정부차원의 대북지원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기독교 네트워크가 통일과 이후 시대를 열 수 있는 중심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통일선교단체와 언론은 새로운 모멘텀을 얻을 수 있도록 협력해야합니다.

남북한 정부 향해 한 목소리를 내야

광복70, 분단70이었던 2015, 그리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던 2018년과 2019, 당시 통일에 대한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한껏 고조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통일선교 역시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자니지 않아 그런 열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오히려 남북한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언론 또한 긍정에서 부정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태세전환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모든 초점을 공에 맞춰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동네축구처럼 통일에 대한 이슈만 몰아갔을 뿐 그 어디에도 명확한 실체는 없었습니다. 물론 예전 통일대박론에 힘을 실어준 미디어의 경우 통일에 대한 장밋빛 분위기를 조성해 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러한 관심이 국민들의 통일운동 참여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일관성 없는 언론의 모습에 사람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통일에 대한 관심이 너무 쏠려 그 힘이 다했다란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상황은 변함이 없습니다. 현재 여론은 올해 초부터 이란과 미국의 갈등, 그리고 그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악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길은 더욱 멀고 험난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한국교회가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도 민족 전체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통일선교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선 우선 통일에 대한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 통일에 대한 이유를 공유를 해야 합니다. 남과 북은 원래 하나였던 민족이 외부적 상황 속에서 갈라졌기 때문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한 동포들이 학대자로부터 해방하는 것은 어떠한 위협이 있더라도 그 억압으로 해방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당위성은 특정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일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러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언론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한국교회가 실천적 통일선교에 앞장서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일관된 방향으로 통일선교에 대한 정책이 공유돼야하며, 연합과 일치를 이뤄 남북한 정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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