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정착, 그 이후

어느새 우리 곁에는 27,000명이 넘는 탈북민이 와 있다. 이들은 전국에 분포되어 저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가 그다지 녹록치만은 않다. 그래서 탈북을 감행했던 절박함을 안고 다시 탈남을 결행해 차라리 외국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려고 하는 탈북도 많고, 각종 범죄에 노출되거나 일확천금의 유혹에 빠져 범법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탈북민의 안타까운 처지를 가장 깊이 이해하여 여러 측면에서 그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한국교회는 그 동안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특히 탈북과정에서 많은 탈북민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는다. 또한 그중 일부는 심도있는 신앙훈련까지 받고 입국했기 때문에 많은 탈북민들이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교회와 연결된다.


이들 중에는 교회에 성실히 출석해 직분을 받아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믿음의 동역자들도 많고, 신학교를 졸업해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더불어 북한 복음화를 위한 독자적인 단체를 조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북한에서 주입된 주체사상과 남한의 교회에서 학습하는 성경공부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교회에서 믿음이 좋다는 성도들과 일반 사회인들의 가치관 내지 생활방식이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고 혼란을 느껴 이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교사역을 통해 영적인 생명을 살려주는 것만큼이나 탈북민에게 시급한 과제는 그들이 초기정착과정에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일이다. 각 교회에서는 새로 전입해 등록한 탈북민을 위해 가전제품이나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일부 교회에서는 그들에게 일정 금액을 생계비로 지원하기도 하며, 정부의 직업훈련과 취업프로그램을 연계해 자립을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이나 취업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도 하지만, 탈북민들의 자생력을 기르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탈북민들이 남한에서 장기적으로 정착하는 일을 돕기 위해서는 성경공부와 병행해 일차적으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단순한 교회의 멤버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북한 복음화의 첨병이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한다.


신영욱 목사(예사랑선교회)탈북민들의 취업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히 그들에게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그들이 취약계층에서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이들의 성공사례를 통해 많은 탈북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신 목사는 무엇보다도 탈북민 개인의 성공은 그 자신에 그치지 않고 탈북민들에게 무관심하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남한사회의 보수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념과 빈부차로 분열된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동시에 이들이 통일의 열정을 회복하고 얼어붙은 북녘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소수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한 탈북민들을 보면 대부분 이기적인 동기에 충실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이웃들을 섬기고 나누는 가운데 오히려 이웃의 도움으로 그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탈북민의 개인의 성공은 그 자신에 그치지 않고 탈북민들에게 무관심하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남한사회의 보수적 인식을 개선하고, 이념과 빈부차로 분열된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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