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 낮으면 스펙을 높이라고 하고, 스펙이 높으면 눈높이를 낮추라는 국가’ ‘젊은이들의 아픔을 청춘으로 치부하는 국가’ ‘사회가 잘못돼 취업을 못해도 개인 노력이 부족해 취업이 안 되는 거라 말하는 국가.

이용자 참여 백과사전 디시위키에서 헬조선항목을 검색하면 뜨는 정의다. 이 냉소적인 국가관을 담은 단어 헬조선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지 오래다. ‘헬조선이란 (hell·지옥)’조선(朝鮮)’의 합성어다.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자조적 표현이다.

망한민국’ ‘불지옥반도’ ‘개한민국으로도 불리는 대한민국의 영적 기상도를 주목해 보자. 한반도 해상을 뒤덮고 있는 20~30메가 헤르츠의 태풍 헬조선은 북상중이다. 3(연애-결혼-출산)세대를 지나 5(내집-인간관계)세대로 접어들더니 이어 7(꿈과 희망)을 넘어 N(모든 것 포기)로 절망의 쓰나미로 변할 태세다. ‘취업 제로’ ‘교인 수 100만 급감등의 강풍까지 동반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폭설과 바람에 교회들이 쓰러지고 있다. 대규모 안나가이재민들이 생겨날 전망이다. 기상학자들의 발표에 의하면 인구절벽결혼빙하기에 접어드는 재앙의 전조현상이라 한다.

무엇보다 목회현장이 가장 큰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성골, 진골, 6두품 혹은 백골(일반 가정)의 품계논란이 일더니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이 속출하고 있다. 2017년 현재 한국의 교회 숫자는 약 78,000개다. 편의점 수가 25,000개다. 편의점 하나가 있는 곳에 교회가 3개 세워져 있는 셈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월 사례비 부문에서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를 받지 못하는 목회자가 전체 조사 대상 중 66.7%를 차지했다. 이는 보건복지부 기준 최저생계비 163만 원을 기준으로 파악한 것이다. 대법원 기준인 244만 원으로 분석하면 이보다 더 늘어난다. 85.6%가 해당된다. 4인 가족 생계를 꾸릴 수 있는 목회자는 14.4%에 불과하다.

교단마다 교인 수는 줄고 있고 목사 수는 늘고 있다. 2013년 기준, 예장합동의 경우 교회 수는 11,593개인데 목사 수는 22,216명이다. 예장통합의 경우 8,592개 교회에 17,468명의 목사를 두고 있다. 감리교회의 수는 6,518개인데 목사는 1725명이다. 교육부와 전국신학대학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정부 인가를 받은 신학교는 60여 곳이다. 비인가 교육기관까지 합하면 200개가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년 정규 4,000, 비정규 6,000명이 넘는 신학생이 배출되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까? “낙타는 살이 쪘고 바늘귀는 좁아졌다.”

한국교회는 신학생 과잉수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의 신학생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신학교 졸업생은 일반 대학 출신에 비해 스펙이 낮다. 신학도라는 편견 때문에 사회에서도 찬밥 신세다. 결국 그들이 흘러들어간 곳은 야간 대리운전, 택배기사, 식당알바, 막노동, 커피 바리스타, 심지어 선교지는 무임목사로 넘쳐나고 있다. 전문적인 훈련도 받지 않은 이들이 막연하게 해외를 떠돌고 있다. 신종 보트피플이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교회의 큰 쓰나미로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후임 목사 간 퇴직금의 미끼로 변종 취업 매매, 생활고로 인한 목회자 자살, 도난 사건 등 생계형 범법자 급증, 교회 취업의 난투극 등 끝이 없다.

시인 단테는 신곡이라는 위대한 서사시를 썼다. 그 결과 르네상스와 근대세계가 열리는 단초를 제공했다. ‘신곡의 첫 부분은 인페르노(지옥 편)’. 어두운 숲을 지나 무시무시한 지옥문에 도착한다. 지옥문에 경고문이 붙어 있다. “여기 들어오는 자들이여, 모든 희망을 버려라

그런데 교회가 지금 희망이 없는 장소가 되어 있다.

교인수의 급감에 따라 10년 내 개신교인이 10년 내 400만 명 이하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왔다. 지금이라도 교단과 신학교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회 환경을 탓하고 목회자의 자질과 소명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대개 이런 논의 끝에 나오는 답은 정해져 있다. 목회자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몸집 줄이기다. 정원감축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다면 이미 배출된 목회자들의 생계 대안에는 나몰라라 해도 되는 건가?

중국의 삼성이라는 별명을 가진 기업 샤오미(小米)가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쳤다. 거대 시장 인도로 비상(飛上)하고 있다.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雷軍)이 말했다.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출입문의 반대편에 비상구가 있는 것처럼 답은 문제의 반대편에 있다.

교회의 지독한 타락에 종교개혁이 꽃이 피어나고 르네상스가 열매 맺었듯이 말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네가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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