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난 후의 나른한 오후 시간이 여느 때와 다름없던 지난 주, 신정순 전도사님께서 소천 하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흔넷이라는 연세와 더불어 수년 동안 병석에서 고생 중이셨던 터라 부음 당시에는 꽤 담담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기독교보에 입사한 후, 처음으로 맡게 된 교단 출입처가 바로 전국여전도회연합회였고, 그곳에서 신 전도사님을 만나게 됐다. 제 아무리 새내기라곤 하지만 여기저기 허점투성이에 부족한 부분들만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느새 전국여전도회를 담당한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졌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부끄러운 모습일 뿐이다.

발인예배 참석을 위해 대구로 향하는 심야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44년 동안 섬기시던 서문로교회에서 은퇴하신 후에도 전도사님께선 교회와 여전도회를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셨다. 지난 2011년에는 전국여전도회원들과 함께 김자선, 강정인 선교사님의 사역지인 필리핀 뚜게가라오와 라굼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몇 년 후, 병석에 눕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간간히 전도사님이 그립긴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뵐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이 땅에서의 고단했던 삶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평안하실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마음으로 남는 아쉬움과 서운함은 생각보다 크기만 했다. 특별한 행동이나 인상적인 말이 없더라도 신정순 전도사님은 그 존재만으로도 버팀목이었고, 마음의 위로를 얻곤 했으니 말이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오면서 한 치의 흐트러짐은커녕 강직한 신념과 순결한 신앙생활을 통해 많은 고신 여성들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신정순 전도사님. 이제 더 이상 만날 순 없지만 다시 만나게 되는 그날까지……. 살며시 작별 인사를 해야겠다.

전도사님께 받은 그 많은 사랑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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