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 박사
▲이영숙 박사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가정에서 받은 좋은 기억들일 것입니다. 그 선물은 그들의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선물이 될 것이며 삶의 위기 때마다 꺼내어 쓸 수 있는 방패막이 될 것입니다.

“전 그 날, 부엌 바닥에서 슬픈 얼굴로 힘없이 앉아 있는 공허한 모습의 엄마 얼굴을 보았습니다. 여섯 살 때로 기억이 됩니다. 나중에 아빠가 엄마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알게 되어 슬퍼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나에게는 늘 엄마와 똑같은 공허한 슬픔이 내 안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마음이 슬픔에 잠깁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서른 살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날 이후 아버지에게는 가까이 가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성품 내적 치유시간에 이런 장면이 기억이 났고 왜 내게 알 수 없는 우울함과 슬픔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서울, 39세, 가정주부)

“술만 먹으면 엄마를 때리는 아빠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보면서 자랐습니다. 너무 무서워 밤새 형이랑 이불 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엄마의 비명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날이 밝아 조용해지면 엄마가 죽었을까봐 달려 나와 엄마를 찾곤 했습니다. 그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학교에 가 있어도 엄마가 걱정이 되어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엄마가 안계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사방을 뛰어다니며 엄마를 찾아 헤매곤 했습니다. 내 안에는 늘 아빠의 무서운 모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상한 것은 나도 모르게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 아빠의 모습을 내 아이와 가족들에게 그대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수원, 남, 40세, 회사원)

제가 진행하고 있는 “성품내적치유”시간에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 중 두 가지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성품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치유되지 못한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좋은 성품을 방해하여 대인관계를 어렵게 합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의 행동은 내가 겪은 수많은 과거의 경험들에서 나온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 자녀들의 고질적인 성품 문제가 바로 부모인 우리와 겪은 경험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우리 자녀들의 성품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녀의 성품을 비난하기보다는 차라리 부모인 나 자신을 성찰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자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해줄 좋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억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길 가다가 외운 전화번호처럼 짧은 시간만 기억되는 단기기억, 오감각을 통해 들어온 경험들이 해마체에 저장되어 오랫동안 기억되는 장기기억, 또 이 장기기억 중에는 우리가 회상할 수 있는 기억이 되는 명시기억과 회상할 수 없는 암시기억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런 모든 기억들이 우리의 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위기 때나 사건이 생길 때에 불쑥불쑥 성격이 되어 나타납니다.

그러면 기억이 무엇인지,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집중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기억이란 몸으로 경험한 것들이 뇌에 저장된 자극입니다.

단기기억은 몇 초나 몇 분만 지속되는 기억을 말합니다.

장기기억은 자극을 통해 들어온 경험들이 해마체에 저장되어 오랫동안 기억된 것을 말합니다.

명시기억은 장기 기억 중에서 회상할 수 있는 기억을 말합니다.

암시기억은 장기 기억 중에서 뇌의 어딘가에는 저장되어 있지만 의식적으로 끄집어 낼 수 없는 기억으로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반복적인 행동시스템을 야기하는 기억을 말합니다. 이런 암시기억은 기술, 습관, 감정 등에 관한 것으로 소뇌, 선조체, 편도핵에 저장됩니다. 즉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는 내재된 기억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삽화기억은 개인의 생활에 존재했던 과거 사건들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을 말합니다.

의미기억은 사실, 개념, 단어 등 의미를 두고 기억하게 된 기억들입니다.

절차기억은 학습, 반복을 통해 습득된 것들로 어떤 특정한 기술, 악기 연주, 우리 몸에 익혀진 습관처럼 반복되어 기억된 운동 신경 같은 기억입니다.

감정기억은 이유 없이 놀라거나 특정한 두려움을 야기할 것 같은 우리 몸에 기억된 감정적 경험들을 통해 생긴 감정반응을 말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이렇게 많은 과거의 기억들이 우리 몸에 저장되어 있다가 나타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성품이 됩니다. 좋은 기억이 많은 사람들은 좋은 성품을 갖게 되는 반면에 나쁜 기억들이 많은 사람들은 나쁜 성품을 갖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기억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가정에서 받은 좋은 기억들일 것입니다. 그 선물은 그들의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선물이 될 것이며 삶의 위기 때마다 꺼내어 쓸 수 있는 방패막이 될 것입니다.

좋은 추억의 박물관이 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인생의 풍랑을 만날 때 좋은 성품으로 당당하게 막아설 것입니다.

오늘 우리 자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기억들을 만드는 시간들을 만들어 보십시오. 자녀에게 다른 어떤 것들을 주는 것보다 가장 귀한 유산을 물려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좋은 성품은 부모가 자녀의 기억 속에 물려주는 귀중한 유산입니다.

이영숙 박사ㆍ(사)한국성품협회 좋은나무성품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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