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남은 낙태죄 대체 입법…낙태 허용 기간 최대 줄이는 게 관건

낙태 반대 시민단체, 정부 논의 14주 낙태 전면 허용 마찬가지 인식


▲ 바른인권여성연합은 23일 오전 11시 여성가족부 앞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무시하는 정부의 야만적인 입법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 바른인권여성연합 제공)
▲ 바른인권여성연합은 23일 오전 11시 여성가족부 앞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무시하는 정부의 야만적인 입법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 바른인권여성연합 제공)


기독교계를 비롯해 이 사회는 다시 낙태의 죄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낙태의 죄를 전면 폐지하느냐를 두고 막바지 공방이 시작됐다. 2019년 4월 11일 형법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올해 12월 31일까지 낙태죄 대체 입법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9월 23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법무부, 여성가족부(여가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부처 장관들이 낙태죄 관련 형법개정을 위한 회의에서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하는 방안을 중점적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부처 중 법무부와 여가부는 낙태를 비범죄화하자고 주장하고 다른 부처들은 이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인권여성연합(상임대표 이봉화 이기복)은 9월 23일 성명서에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입법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그 자체로 우리 여성들은 충격을 금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바른인권여성연합에 따르면 실제 국내에서 낙태의 95.7%가 임신 12주 이내에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볼 때, 법안으로 14주라는 기간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과 마찬가지이다. 생명권은 자기 결정권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은 “태아가 어느 시점부터 생명인가를 논쟁거리로 삼으며 태아의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일은 통탄할 일이다. 합리와 이성을 중요시하고 인권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태아의 생명에 대한 문제를 그 어느 시대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해결해가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런데 일부 여성들은 ‘내 몸은 내 것이다. 내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라며 태아의 생명과 자신의 삶의 질을 저울질하는 이기적인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라며 “이런 주장에 낙태가 여성들의 삶을 향상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고, 이런 주장을 근거로 한 나라의 미래가 달린 입법을 하려는 정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출산을 결심한 여성 중에 71.6%는 ‘태아 생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낙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현실적으로 태아를 생명으로 인식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낙태법을 전면 폐지하자는 시민단체가 태아를 주수 기준으로 죽일 수 있다거나 주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주수에 상관없이 모두 죽일 수 있는 법을 말하는 것 자체가 잔인하고 야만적인 생각이라는 것.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의학 수준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과학자에 의해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태아는 완전한 생명체임이 더 분명하게 밝혀지고 있다.”라며 “과학적 사실과 진실을 외면한 채, 태아의 생명을 이토록 가볍게 여기며 가장 작고 연약한 태아의 생명을 훼손하는 일을 국가가 법으로 허용한다면 이는 퇴보적이며 폭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은 또 “정부는 태아의 주수를 말하기 전에 많은 여성이 낙태가 아닌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을 먼저 해야만 한다.”라며 “낙태 전에 낙태가 왜 여성의 몸에 해로운지, 어떤 후유증을 남기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충분히 심사숙고할 수 있는 숙려기간을 두고 ‘낙태 전 상담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급하다. 비밀출산을 위한 법과 살려낸 아이들을 양육할 수 없는 경우 쉽게 다른 가정에 입양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은 낙태가 아닌 태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성관계의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남성들에 대해서 출산과 양육을 동등하게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다. ‘남성책임법’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성폭력과 낙태를 낮추는 것으로 그 법률적 효력이 증명됐다고 한다. 또 싱글맘과 싱글대디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취업이나 경력단절, 학업 등을 이유로 태아를 포기하지 않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을 살리는 입법, 그리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국가의 책무라는 것.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대신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으나 정부는 이런 노력을 선행적으로 하지 않고 오히려 무조건 원하지 않는 태아는 다 죽이도록 내버려 두는 입법으로 방향을 정하는 모양새다.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 허용이 낙태법을 전면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의 여성들과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인가?


국내 생명보호단체로 이뤄진 태아생명보호 시민연대는 9월 25일 법무부 내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낙태법 폐지 권고에 이어 국무총리실 주재로 5개 부처 장관회의에서 낙태 조항을 포함한 정부 입법 회의에 반발하며 성명을 냈다. 동 시민연대에는 ㈔프로라이프, 생명운동연합, 성산생명윤리연구소, 프로라이프교수회, 프로라이프변호사회, 프로라이프여성회, 프로라이프의사회가 참여하고 있다.


동 시민연대는 “태어난 사람이 태어날 사람을 차별대우해서는 안 된다.” “수정 순간부터 독립적인 인간 생명이 시작된다.”라며 “이것은 가설이나 이론이 아니라 생명과학이 증명하는 사실이다. 태아는 잉태된 순간부터 여성 몸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한 인간이다. 태아의 생명권은 독립된 것으로, 아기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동 시민연대는 “태아 생명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태아 생명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낙태죄를 폐지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반대한다.”라며 태아 생명 보호를 보장하는 낙태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동 시민연대는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므로, 태아에게도 마땅히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나 목적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낙태죄 폐지를 강력히 반대한다. △태아의 생명권은 독립적으로 보호되어야 함에도, 타인의 생명을 해하는 것을 우리의 권리로 삼으려는 주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생명의 연속성을 무시한 채, 하나의 시기를 기준점으로 삼아 낙태를 허용하려는 모든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 △낙태 허용은 태아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출산과 양육을 원하는 여성의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게 만든다. 여성과 태아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법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학생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 회원과 관계자들이 9월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했으며, 여성계 원로 100인이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맞아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어떤 여성도 임신 중지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도록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는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여성을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체로 인정함과 동시에 △임신 중지 접근성 확대 △안전한 의료지원 체계 마련 △모든 시민에게 성평등·피임 교육 등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의 연대체인 모두를위한낙태죄공동행동(모낙폐)은 9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8월 차관회의(5개 부처)에서 임신 중지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라면서 “14주로 정해두는 건 사실상 낙태죄는 그대로 두고 허용 기간만 최소한도로 두겠다는 이야기이며, 여전히 국가는 임신 중지를 범죄라고 보겠다는 것이다. 14주는 임신 사실을 분명히 알거나 임신 중지를 결정하고 실행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는 올해 안에 대체 입법안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하는 것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한 낙태법이 나와야 한다는 단체들은 임신 14주 기준은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다. 반면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 단체들은 임신 14주 기준으로 낙태죄를 그대로 두겠다는 정부의 입법 회의에 반발하고 있다. 낙태죄의 대체 입법에 태아를 생명으로 보는 것과 여성(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태아, 2세를 보호해야 하는 게 이미 태어나서 성장한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낙태죄를 폐지함으로 낙태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왜 태아와 임신부의 생명을 함께 살리는 방법을 찾지 않고 배 속의 아이를 죽이려고만 하는 것일까? 낙태죄의 대체 입법의 결정에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뭐라고 말할까?


고려신학대학원 원장 신원하 교수는 “기독교 시민단체와 전문가 단체는 태아의 생명을 수정 시점으로 봄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낙태를 금하자고 주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악이 덜 발생하게 하는 선에서 절충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렇다면 미국의 일부 주(state)와 같이 심장박동법을 적용하여 심장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6~7주 이내에만 낙태할 수 있게 하도록 법 조항을 수정하도록 제안하는 게 좋을 듯하다.”라고 제시했다.


기독교 관련 단체들은 낙태죄 대체 입법에 성경적 가치관이 담길 바라고 있다. 법안에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건지 생명을 존중하는 방안이 담기는 것이다. 헌법재판소(헌재)가 2019년 4월 11일 형법 269조 제1항과 제270조 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결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전면적인 낙태 금지는 어렵게 됐다. 태아의 생명에 방점을 두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낙태가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이에 지난해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명진)는 낙태 반대 3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을 더 살리기 위해서는 이 기간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게 관건이다. 현실적으로 낙태가 임신 초기에 대부분 이뤄진다는 점에서 낙태 허용 기간이 상당히 줄어들지 않는 한 태아의 생명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여성, 임신부가 중요한 만큼 태아의 생명도 소중하기에 정부와 국회가 낙태죄 대체 입법을 만들어가는 데 태아의 생명에 더 큰 관심을 두는 쪽으로 인식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낙태법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태아가 여성의 몸 일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한 생명체라는 것을.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